임수라는 것
임수는 바다와 큰 강이다.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계속 바뀐다.
머리가 빨리 돌고 한 자리에 오래 묶이는 것을 답답해한다.
넓게 가는 만큼 얕아지기 쉽다. 깊이를 만드는 장치가 따로 있어야 한다.
임수는 오행으로 수(水, 스며들고 흐르는 힘)에 들고 그중 양(陽)의 자리다. 같은 수의 음간은 계수고, 임수의 네 철에 적은 조후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일간과 계절 첫 장에 적었다.
봄(春) — 물살 느린 샛강
샛강은 큰 강에서 갈라져 나온 물길이다. 갈라진 만큼 물살이 느리고 얕다.
재주를 여러 갈래로 나눠 쓰다 어느 하나도 안 깊어지는 때가 있다.
위에서 계속 대 줘야 마르지 않는다. 대는 자리를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봄의 임수에게 모자란 것
금대 줄 샘이 모자라다
봄 물은 나무에 빨려 나간다. 바위에서 물이 계속 나와야 안 마른다.
여름(夏) — 둑으로 막은 저수지
저수지는 둑으로 막아 가둔 물이다. 들어오는 물이 끊기면 가운데부터 바닥이 드러난다.
요구는 계속 오는데 내줄 것이 줄어드는 느낌을 받기 쉽다.
둑은 가두기만 할 뿐 채우지는 못한다. 어디서 받아 오는지 아는 쪽이 오래 간다.
여름의 임수에게 모자란 것
금채워 줄 수원이 없다
여름 물은 마른다. 쇠에서 물이 나와야 다시 찬다.
가을(秋) — 빛 없는 심해
심해는 빛이 안 닿는다. 위가 아무리 뜨거워도 밑은 그대로 차다.
판단이 또렷해지고 말이 차가워진다. 맞는 말이라 더 서운하게 들리기 쉽다.
겉만 보고 재면 매번 틀린다. 얼마나 깊은지는 들어가 봐야 안다.
가을의 임수에게 모자란 것
이 칸은 비워 두었다
이 칸의 조후는 비워 두었다. 가을 물은 쇠가 밀어 줘서 넘치기도 하고 술월처럼 흙이 이미 센 달도 있어, 한 계절로 묶으면 세 달이 서로 다른 말을 한다. 확인하지 못한 것은 적지 않는다.
겨울(冬) — 곧게 떨어지는 폭포
폭포는 곧게 떨어지는 것으로만 산다. 얼면 떨어지던 모양 그대로 멈춘다.
생각은 계속 도는데 밖으로 한 발 내딛기가 더딘 때가 있다.
볕이 들어야 다시 흐른다. 녹여 줄 것을 안에서 찾기는 어려운 철이다.
겨울의 임수에게 모자란 것
화얼음 녹일 해가 아쉽다
겨울 물은 얼어 흐르지 못한다. 해가 떠야 다시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