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목이라는 것
갑목은 곧게 선 큰 나무다. 방향을 정하면 그쪽으로만 자란다.
먼저 나서고 먼저 책임지는 자리에 자주 서는 편이다.
꺾이는 것은 잘 견디지만 휘어 주는 것은 잘 못 한다. 그 자리가 늘 숙제다.
갑목은 오행으로 목(木, 뻗어 나가는 힘)에 들고 그중 양(陽)의 자리다. 같은 목의 음간은 을목이고, 갑목의 네 철에 적은 조후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일간과 계절 첫 장에 적었다.
봄(春) — 마디 굵은 대나무
대나무는 마디를 맺고서야 그 위로 간다. 마디를 건너뛴 대는 키만 크고 휜다.
속이 비어 있어서 안 부러진다. 꽉 채운 것보다 빈 것이 오래 선다.
솎는 손이 없으면 대밭만 빽빽해지고 한 대도 안 굵어진다.
봄의 갑목에게 모자란 것
금솎아 줄 낫이 아쉽다
봄 목은 이미 빽빽하다. 쇠붙이로 솎아 줘야 남은 대가 굵어진다.
여름(夏) — 물 품은 바오밥나무
바오밥나무는 비가 올 때 물을 몸통에 품어 둔다. 마른 철은 그것으로 난다.
그래서 잎보다 몸통이 굵다. 화려한 쪽이 아니라 버티는 쪽으로 컸다.
품고 있는 것을 아무도 안 알아준다. 다 마른 뒤에야 그 값이 보인다.
여름의 갑목에게 모자란 것
수받아 둘 비가 안 온다
여름 목은 조열하다. 한 번은 흠뻑 받아 두어야 마른 철을 난다.
가을(秋) — 열매 무거운 사과나무
사과나무는 열매가 무거워질수록 그쪽 가지가 땅으로 휜다.
거둘 것이 많다는 말과 부러질 수 있다는 말이 같이 온다.
볕을 더 받은 쪽부터 붉어진다. 그늘에 둔 것은 철이 다 가도 안 익는다.
가을의 갑목에게 모자란 것
화붉게 물들일 볕이 모자라다
가을 목은 쇠에 다친다. 볕이 남아야 열매가 익고 나무도 덜 다친다.
겨울(冬) — 늘 푸른 소나무
소나무는 겨울에도 잎을 한꺼번에 떨구지 않는다. 늘 푸른 대신 쌓인 것을 그대로 다 이고 선다.
남들이 다 벗은 자리에 혼자 푸르러서 눈에 띄고 그만큼 기대를 받는 편이다.
가지가 부러질 만큼 쌓이면 털어야 한다. 버티는 것에도 끝이 있다.
겨울의 갑목에게 모자란 것
화뿌리를 돌릴 볕을 기다린다
겨울 목은 땅이 얼어 물을 못 빤다. 해가 떠야 수액이 돈다.